코딩 동아리를 떠나보내며
최근에 오래된 톡방에서 연락이 왔다. 대학교 새내기 당시 가입한 코딩 중앙동아리 알럼나이 톡방에서 더 이상 동아리 운영이 힘들어 작년을 끝으로 동아리를 해산할지에 대해 의견을 묻는 톡이였다. 따로 동아리명을 언급하진 않겠지만 비전공자가 아이디어 실현을 위해 코딩을 배우는 그런 목적의 동아리라면 아는 사람들은 이미 알것이다.
그 톡을 보자마자 이전의 추억이 갑자기 파노라마처럼 지나갔다. 첫 대학 동아리 활동, 첫 대형 해커톤, 첫 강연 및 교육 등 이 동아리가 아니였으면 하지 않았던 일들을 했던 기억이 난다. 특히 운영진을 담당했던 2019년에는 삶의 최소 1/5 정도는 동아리 운영과 교육을 위해 힘쓰면서 운영진들과 부딪히고 난리도 아니였다. 나이가 든 사람만 할 수 있다는 "그땐그랬지"라는 생각도 많이 든다. 경험 말고도 많은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아직까지 주기적으로 만나는 모임도 있을 정도다.

사람과 추억은 남지만, 현재 개발 업계상황을 생각하자면 이런 동아리가 점점 사라지는 것은 아쉽지만 당연한 수순으로 생각한다. 이젠 개발 방법을 몰라도 기획만 있으면 정말 간단한 웹 서비스는 눈 깜빡할사이에 만든다. 업계에서는 신입 웹 개발자는 채용 자체가 말랐고, 부트캠프도 웹 쪽 교육보단 데이터나 AI쪽으로 넘어가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웹 개발을 처음부터 가르치는건 시대에 많이 뒤떨어진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AI 서비스들이 이런 동아리를 100% 대체할까? 그건 또 아니라고 본다. 요즘 AI로의 사회 변환 속에서 결국 인간은 AI가 못하는 일들을 해야 한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을 것이다. 개발과는 별개로 사람 사이의 관계는 AI가 대체하지 못한다. 동아리에서의 경험이란 단순히 기술을 배우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 새벽까지 같이 코드를 붙잡고 씨름하고, 해커톤에서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아이디어를 구체화하고, 결과물을 완성했을 때 함께 느끼는 성취감 같은 것들은 AI가 줄 수 없는 것이다.
결국 동아리의 진짜 가치는 코딩 기술 자체가 아니라, 같은 목표를 향해 부딪히며 성장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유대와 경험에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은 시대가 아무리 바뀌어도 어떤 형태로든 필요하다. 그 교육과 수단이 코딩이 아니여도 말이다.

마지막으로 톡방에서 올라온 의견중 좋은 이야기가 있어 이를 인용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할까 한다. 나도 이 글을 끝으로 이 동아리를 보내줄까 한다.
제미나이 딸칵이면 웹 하나가 나오는 시대에 비전공자에게 코딩을 알려주던 XX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프롬프트 엔지니어링을 가르치고, 안티그레비티 활용법을 가르치면 의미가 있을까요? 다시 인문학으로 돌아가서 문제를 정의하는 법부터 가르치면 의미가 있을까요? 답을 낼 수 없고, 존재 의미가 없다면 운영진 숫자와 무관하게 이제 보내줘도 될 것 같습니다. 지난 10년간 XX를 지속시켜준 건 본인을 XX에 갈아 넣은 운영진들의 노고와 더불어 존재 의미가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