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년차 과외선생님의 수학교육에 대한 넋두리
n년차 수학 과외 및 멘토링 경험을 바탕으로, 수학 과목의 특징 중 하나인 '나선형 교육과정'의 특성과 '개념' 및 '숙달'의 중요성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학생들이 수학을 어려워하는 이유와 효과적인 학습 방법에 대한 넋두리를 공유합니다.
필자는 생활비를 벌기 위해서 대학교 새내기때부터 수학 과외를 시작했었다. 더 이른 시기로 보자면 중학교때 부터 수학 또래멘토링 등을 하면서 많은 친구, 학생들을 가르친적이 있다. 또한 나름 수학교육 전공자로써 수학교육 관련 공부 및 실습도 진행한 적이 있다. 그러기에 근 n년간, 특히 지난 1년간 최대 4명의 학생을 동시에 과외를 한 적도 있기에 수학 교육 활동을 하면서 느낀점을 적어볼까 한다.
수학은 나선형 교육과정

수학교육 전공수업을 들을때 아직도 기억에 남는 단어는 나선형 교육과정 이라는 단어다. 나선형 교육 과정은 교육 내용을 반복적으로 제시하되,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깊이와 폭을 확장하는 교육과정을 의미한다. 잘 생각해보자면, 초등학교때 배운 기본적인 산수가 대표적으로 나선형 교육과정을 착실히 따라간다고 볼 수 있다. 한자리씩 덧셈을 배우고, 두자리 덧셈, 세자리, 그리고 큰 수의 덧셈까지. 전형적인 나선형 교육과정이라고 볼 수 있다.
다만 이런 교육과의 가장 큰 전제 조건은 '이전 학습의 완전한 이해'다. 즉, 이전 단계의 학습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 데 큰 어려움을 겪게 된다. 큰 수의 덧셈을 하기 위해 한 자릿수 덧셈과 받아올림 개념을 알아야 하는 것처럼, 중학교 수학을 이해하려면 초등학교 수학이, 고등학교 수학을 이해하려면 중학교 수학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수학을 '체인 과목'이라고 부르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
실제로 제가 과외를 가르쳤던 한 중학교 3학년 학생은 이차함수 수업을 시작했지만, 함수라는 기본적인 개념 자체를 아예 처음 들었다는 반응을 보여 당황했던 경험이 있다. 이전 교육과정 내용을 확인하는 과정을 거쳤지만, 학생이 금세 잊어버려 이후 수업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는 나선형 교육과정의 단점을 명확히 보여주는 사례로, 이전 학습 내용에 대한 꾸준한 복습과 완전한 이해가 없다면 다음 단계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선형 교육과정과 선행학습
이 내용을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선행학습도 떠오르게 될 것이다. 대다수의 학생들과 학부모들은 어느정도의 선행학습을 희망하고 빠르게 진도를 나가길 원한다. 사실 현재 수학 교육과정은 현행 교육과정만 공부를 한다면 따라가기 벅차는 경우가 많아 미리 선행을 학생이 많다. 하지만 대다수의 학생들은 선행학습을 하면 안되는 상황이다. 현행 과정이 제대로 안되어 있으면 다음 과정을 아무리 해도 밑빠진 독에 물붓기보다 안좋은 상황이 된다.
이번에는 한 고2 학생이 기억이 난다. 겨울방학에 미리 1학기 내용을 했으면 좋겠다고 어머님이 요청했지만, 학생을 점검해보니 고1 내용은 물론 중학교 내용도 매우 부실했다. 필자는 어머님에게 중학교 내용부터 진행해야 한다 말했지만, 어머님의 선행 의지가 매우 강해 복습 없이 선행을 진행했었다. 물론 결론적으로 학생이 선행을 전혀 따라오지 못해 다시 중학교 내용부터 수업을 진행했었다.
수학 교육과정에서 완벽한 이해란
그렇다면 어느정도 교육과정을 이해해야 다음 과정으로 넘어갈 수 있을까? 필자는 개념과 숙달 두 단어를 고를 수 있을 것 같다. 개념과 숙달이 균형적으로 다 활성화되어야지만 수학을 잘하게 된다고 본다.

개념과 실전개념
보통 대다수의 학생들은 개념이 많이 부족하다. 일반적인 학원은 문제를 푸는 방법을 위주로 알려주다보니 문제은행 형식의 문제들, 형태가 고정되어있는 문제들은 기계처럼 풀게 만든다. 쎈과 같이 대표적인 문제집들도 주로 이와 같이 구성되어있다. 물론 아무것도 모르는 상황에서 기계같이 문제를 푼다면 유형문제들은 어느순간 풀수 있을것이다.
하지만 유형 문제들만 풀면 일정 수준 이상을 도달할 수 없다. 보통 일반적인 문제들은 하나의 유형, 하나의 개념만 사용하는 것이 아닌 점점 여러 개념이 섞이고 응용되는 문제들로 발전하게 된다. 특히 이런 융합은 고등학교 과정에서 본격적으로 이루어지게 되다보니 많은 학생들이 고등학교 수학에서 많이 막히게 된다.
필자가 보통 수업을 진행하면 개념과 실전개념을 같이 진행한다. 개념은 교과서에 적혀있는 정의나 정리 등을 말하는데, 이와 비슷하게 '실전개념' 이라는 단어는 거창한 것이 아니다. 문제를 읽었을 때 배운 개념이 생각이 나는지, 문제의 지문에서 이 단어를 보면 어떤 개념이 떠올라야 하는지 연결하는 것이 바로 실전개념이다.
수학 과목에서 문제의 지문을 중요시하지 않은 경우가 많은데, 필자는 반대로 문제의 지문에 매우 집중해 수업을 한다. 예를 들어 문제에서 '이차함수'가 나왔다면 이 문제에서는 이차함수의 '대칭성'을 주로 물어볼 것이다. 중학교 수준에서는 꼭짓점, 고등학교 수준에서는 대칭축과 방정식에서의 해로써의 해석이 필요하다.
항상 필자는 수업을 하면서 학생에게 말로 물어본다. 문제를 읽고 "이 문장을 읽고 어떤게 떠올라야 하지?"라고 묻거나, 수업에서 나온 개념을 바탕으로 "절댓값을 보고 두가지 어떤게 떠올라야 하지?" 와 같이 계속 상기시킨다. 이런 실전 개념들이 무의식적으로 나올 때 까지 숙달되어야 한다.
숙달
실전개념을 이야기하다가 숙달이 자연스럽게 나오게 되었는데, 개념과 숙달은 같이 짝으로 나온다. 여기에서 숙달은 개념을 익히는 것 뿐만 아니라, 이 개념 및 실전개념을 사용해 문제를 풀어야 한다. 아무리 개념을 달달 외워도 결국 평가는 문제풀이로 받는거 아닌가. 실전개념도 문제로 써먹기 때문에 '실전'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앞에서 유형문제집에 대해 나쁘게 이야기하는 것 처럼 보이지만, 개념이 탑제된 상태에서 유형문제집을 푼다면 오히려 더 도움이 된다. 반복적으로 비슷한 지문을 보면서 해당 실전개념을 "무의식"의 단계로 올리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아무리 개념을 암기하고 익숙해져도 문제에 써먹기 위해선 최소 주에 200문제 넘게는 풀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문제를 많이 풀지 않는 학생이 많지는 않지만, 문제를 안 풀면 아예 실력 자체가 오르지 않는다고 필자는 항상 말한다.
마무리
필자가 수학 교육에 대해서 썰을 풀때 하는 이야기들을 두서없이 블로그 글로 적어보았다. 학생들이 수학에 대해 항상 어렵게 생각하는데 잘못된 접근에서 시작되었다고 생각한다. 나선형 교육과정이라는 특성을 명심하며 개념과 숙달에 집중한다면 수학에 도움이 많이 될 것이다.